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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후기

데스노트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예전부터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이름을 적으면 사람이 죽는 노트가 나오는 이야기”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설정 자체가 강렬하긴 해도, 그 유명세가 정말 그 설정 하나에서만 나온 것인지 궁금했는데, 직접 보고 나니 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지 분명하게 알겠더라고요.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 하나로 끌고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설정을 바탕으로 인물과 인물의 심리전, 전략 싸움, 그리고 정의에 대한 충돌을 굉장히 치밀하게 쌓아 올린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1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 키라와 L의 대립이었습니다. 범죄자를 심판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야가미 라이토의 논리는 분명 위험하고 오만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미묘하게 사람을 흔드는 면이 있습니다. 세상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욕망 자체는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결국 한 개인이 절대적인 재판관이 되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시청자에게 계속해서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누가 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정의를 위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 말입니다. 이런 주제를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한순간도 긴장을 놓기 힘든 두뇌 싸움의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특히 라이토와 L이 서로를 의심하고 시험하고, 상대의 한 수 앞을 읽기 위해 움직이는 장면들은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몰입감이 강했습니다. 단순히 누가 더 똑똑하냐를 겨루는 느낌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경계하고 있어서 작은 표정, 사소한 행동, 예상 밖의 선택 하나까지도 의미를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데스노트의 1부는 사건이 폭발적으로 터지는 작품이라기보다, 긴장감이 정교하게 압축되어 계속 누적되는 작품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쉬는 구간이 거의 없고, 한 화를 보고 나면 다음 화를 바로 보게 되는 힘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유명작은 이유가 있다는 말을 다시 실감하게 만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보면서 아주 완벽하다고만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L이 초반부터 야가미 라이토를 거의 확신에 가깝게 의심하는 흐름은 솔직히 조금 과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보통이라면 그렇게 빠르고 강하게 특정 인물을 지목하는 과정이 더 설득력 있게 쌓여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 부분을 어느 정도 천재들의 직감과 감각으로 밀어붙이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라이토가 여러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넘기는 전개도 엄밀하게 따지면 다소 만화적 허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그 점이 아주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죽음의 노트’라는 초현실적인 설정을 전제로 시작한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현실 논리만으로 재단하기보다 작품 자체의 룰 안에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개연성의 미세한 흔들림이 있더라도, 긴장감과 재미가 그걸 충분히 덮어주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2부였습니다. 저에게 데스노트는 분명 1부와 2부의 완성도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L이 죽는 시점까지는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이야기의 밀도와 설득력이 점점 약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개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늘어나고, 우연에 기대는 듯한 흐름도 보여서 처음 느꼈던 팽팽한 긴장감이 조금씩 풀려버리더라고요. 무엇보다 앞선 이야기에서는 인물들의 판단과 심리, 계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쾌감이 컸는데, 2부에서는 그 치밀함이 확실히 덜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재미가 아주 없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분명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커졌습니다.

결국 저는 데스노트를 “분명히 한 번쯤은 꼭 볼 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1부만 놓고 보면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 너무나 잘 알겠고, 그 시기의 긴장감과 몰입감은 지금 봐도 강력합니다. 다만 전체 작품으로 평가하면 후반부의 아쉬움이 너무 분명해서, 무조건 10점짜리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데스노트는 최고의 순간과 아쉬운 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 볼 가치가 있고, 보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 제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그래도 1부의 인상만큼은 오래도록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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