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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주부도 후기

극주부도는 설정만 들었을 때부터 정말 눈길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한때 뒷세계에서 전설로 불리던 야쿠자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전업주부가 되어 살아간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류의 코미디 작품은 설정만 특이하고 막상 보면 금방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극주부도는 초반부터 그 걱정을 꽤 잘 지워준 작품이었습니다.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며 장을 보고, 비장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만들고, 조직의 회담처럼 보이는 장면이 알고 보면 할인 행사나 동네 일과 관련된 대화라는 식의 연출이 반복되는데, 그 단순한 구조가 생각보다 질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타츠라는 캐릭터가 워낙 진지하게 일상을 대하기 때문에 그 간극이 계속 웃음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주인공 타츠의 존재감이었습니다. 겉모습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는 누가 봐도 위험한 인물처럼 보이는데, 정작 하는 일은 청소, 요리, 장보기, 살림 같은 너무나 생활적인 것들이라 그 대비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전직 야쿠자가 이상한 행동을 해서 웃긴 것이 아니라, 본인은 한없이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핵심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웃기면서도 묘하게 호감이 갔고, 보다 보면 타츠가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든든하고 성실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업주부라는 역할을 우습게 다루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진심을 다해 해내는 모습도 은근히 인상 깊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작품이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큰 사건이 이어지는 구조라기보다는 짧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면서 소소한 웃음을 주는 방식이라 부담 없이 보기 좋았습니다. 하루에 여러 화를 몰아서 봐도 괜찮고, 반대로 잠깐씩 끊어 봐도 흐름이 크게 깨지지 않아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머리를 복잡하게 쓰고 싶지 않을 때, 그냥 편하게 웃고 싶을 때 보기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일상 코미디 특유의 편안함이 있고, 야쿠자라는 강한 소재를 쓰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무겁게 가지 않아서 접근성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도 분명했습니다. 바로 연출과 작화의 움직임입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캐릭터의 동작이나 장면 전환, 액션의 흐름에서 오는 보는 맛을 기대하게 되는데, 극주부도는 그 부분이 꽤 독특했습니다. 일반적인 TV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웹코믹이나 움직이는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작품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며 넘겼지만, 보다 보니 확실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긴 장면 자체는 많은데, 그 웃음을 더 크게 살릴 수 있는 타이밍이나 몸짓, 과장된 액션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재 자체가 워낙 좋고 캐릭터도 살아 있는데, 정작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시원한 움직임이 부족하니 한편으로는 “이건 차라리 만화로 봤다면 더 잘 맞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재미없는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정도 좋고 웃음 포인트도 확실하며, 캐릭터도 매력적입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에서 기대하게 되는 장점이 약한 편이라, 작품의 재미에 비해 만족감이 아주 높게 치솟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많이 웃으면서 보긴 했지만, 동시에 조금 더 잘 움직이고 조금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졌다면 훨씬 더 좋아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끝까지 남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 정도입니다. 분명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애니메이션다운 쾌감까지 기대한다면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독특한 설정의 일상 코미디를 좋아하거나, 진지한 얼굴로 이상한 일상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한 번쯤 추천해 보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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